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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아들의 1674일 : 되고 싶다

photo(mg2x)

"강*영이 되고 싶다."

재우려고 같이 나란히 누웠는 데, 갑자기 아들은 친구이름을 대며, "강*영이 되고 싶다."고 한다. 이어진 대화.

나 : "왜 강*영이 되고 싶어?"

아들 : 청소기도 선물받고, 자물쇠도 선물받아서.

나 : 그래? 왜 *영이만 그 선물을 받았을까?

아들 : 몰라.

나 : 선생님한테 물어보지 그랬어?

아들 : 비밀이라고 모른다고 할걸?

나 : 왜?

아들 : 아, 자꾸 왜 라고 묻지 말고.

나 : 왜 선생님이 그 친구한테만 선물을 줬을까?

아들 : 나도 선물 받았어. 색종이.

아들을 재우고 나서 아내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난 주말 있었던 운동회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다. 강*영이 행운권 추첨에 뽑혀서 진공청소기를 받았다는 것. 자물쇠는 다른 아이가 자전거를 받으면서 같이 받았는 데, 그건 좀 헷갈린 것 같다.

아들은 "~이 되고 싶다."라는 말은 이제 아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비밀'이라는 단어가 무엇인지도 알고, '비밀'을 이야기 할 때는 조용한 곳을 찾거나, 눈에 띄지 않는 장소를 찾는다. 아들은 자물쇠를 좋아하고, 선물을 좋아한다. 가끔 나는 먹을 것을 사들고 집으로 온다. 그리고 아들에게 '선물이야.' 이러면서 내놓는다. 그래서 가끔 아들은 퇴근한 나에게 "오늘은 선물 없어?" 묻기도 한다.

운동회는 지지난주 토요일(10월 3일)에 열렸다. 그때 친구들이 '큰' 선물을 받는 게 많이 부러웠나 보다. 우리 아들은 '1등 안해도 되니 다치지 않고 재미있게 놀면돼.' 라는 엄마의 말에 '아니야, 1등 해서 선물받을거야.' 라고 말했다. 어쩜 달리기를 열심히 하면 선물을 받는다거나, 1등하면 선물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자기가 받아 마땅한 '선물다운 선물'로 '색종이'는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나 보다. (다른 아이들도 색종이는 모두 받았으니) 아들은 다른 사람의 상황과 나의 상황을 비교할 줄 알고, 이제 갖고 싶은 것도 있고, 부러운 마음도 가진다. 이 마음을 어떻게 받아줘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