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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수험생들에게] 편안히 치르세요.

20141110 

내가 수능 치기 전?

내가 수능 치기 전에 어떤 기분인지 생각하려고 해도 생각이 나지 않네요. 수능이 한 일주일 남은 때에는 ‘얼른 치면 좋겠다.’ 이런 생각들이 가득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그냥 된 것 같아. 그냥 이 상태로 치면 좋겠어.’ 라고 속으로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헌데, 수능 치기 전 며칠은 기억이 없습니다. 감기 몸살에 걸렸기 때문이죠. 


친구는 울었다. 

상업고등학교(요즘에는 정보고 등으로 이름들이 다 바뀌었죠.)에 진학한 내 초등학교 짝궁. 그 아이는 고3 시내의 한 미용실에서 실습겸 취업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스태프’라고 부르는 것 같지만, 그때는 ‘시다’로 불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냥 차비 정도의 돈을 받으며, 미용실 문열고, 청소하고, 여러가지 심부름 하고, 염색약 같은 거 만지고. 그 아이 손은 거칠어졌고, 돈벌이를 위해서 울기도 많이 했습니다. 수능 시험 3일전에도 친구는 직장 생활에 대해 이야기 하며 울었습니다. 


나 인문계 고등학교 고3이야

당연히 제가 수능치러 간다는 걸 그 친구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고, 금방 다시 집으로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이야기는 전혀 길지 않았는 데, 친구 눈물이 길었습니다. 그렇게 눈물을 다 보고 나니 시간이 좀 지났더군요. 집에 들어가 누으면서 목이 칼칼하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일어나지 못합니다. 18년 인생 중 가장 심한 감기몸살이었습니다.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고, 밥을 먹기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회사에 가셔야 했고, 오후에 아버지가 오실 때까지 이불 속에서 잠만 잤습니다. 


링거, 처음인가?

아버지 부축을 받아서 병원에 갔고, 진료를 마친 선생님이 ‘독감인데, 혹시 예전에 링거 맞아본 적이 있나?’ 하시더군요. 전혀 없었습니다. 며칠 후 수능치러 가야 한다고 하니, 몸이 약해진 데다가 한 번도 맞아보지 않은 링거를 맞는 게 더 안 좋을 수도 있다고, 약만 처방해 주셨습니다. 밥을 먹고 약을 먹어도 잘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예비 소집일에는 시험장에 가서 자리를 확인하고, 시험은 치뤘네요. 수능 시험일 기억나는 거라고는 종치면 시험 치고, 쉬는 시간에는 복도에 나와서 코만 풀었습니다. 


수능이 코 앞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고3 같은 마음으로 공부해라, 2년 후면 고3이다. 1학년 방학이 뒤처진 공부를 따라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등등. 불안을 일으키는 말들을 듣고 지내왔을 겁니다. 수능을 치고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불안은 이제 수능을 치고 나면 사라지겠죠. (물론, 불안을 일으키는 대상이 수능이 아니게 되는 것 뿐입니다만) 긴장된다고 너무 불안해 하지 마세요. 친구와 장난처럼 시작한 운동경기에서도 중요한 순간에 우리는 긴장합니다. 재미있는 영화를 볼 때도 긴장하구요. 더 잘할려고 하는 순간 늘 긴장해 왔습니다. 좀 더 긴장되는 것 같고, 모두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겠지만, 긴장된다고 불안해 하지는 마세요. 긴장해서 잘 하게 될 겁니다. 


편안히 시험 보세요. 

모든 학생들이 편안하게 수능시험을 잘 보기를 바랍니다. 전국 학생들의 평균이 올라 가더라도. 여기까지 왔으니, 이 시험이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라기 보다는 나와의 싸움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겁니다. 경쟁에 허덕여 왔어도, 남이 실수하기를 바랄만큼 망가지지는 않았습니다. 그간의 노력을 믿고, 그간의 기도를 믿고 시험을 잘 치르면 됩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에게 믿음을 주세요. 내가 나를 믿기 힘들어도, 믿는 척부터 하세요. 잘 할 수 있습니다. 

손발 깨끗이 씻고, 가글하고 양치하고, 감기 조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