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외면일기

아이들 디베이트 심사를 하고..



아이들을 보기를 즐김

한번 아이들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는 데, 저는 아이들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여기서 본다는 말은 '돌본다'라기 보다는 '쳐다본다'에 가깝습니다. 하는 일이 돌보는 것이지만, 돌보는 일 중 가장 큰 부분은 아이들을 '잘 쳐다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저는 아이들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문제를 풀고 있을 때, 짝과 함께 제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볼 때, 자습을 하고 있을 때, 청소 시간에 청소하고 있을 때 등등. 아이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즐거운 시간입니다. 

너무나 잘하는 아이들을 보기는 즐거움

이 학교에 근무하는 (이제는 유일한) 보상은 뭐든 열심히 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많은 아이들이 많은 것을 잘하기도 합니다. 보일 때가 없어서 그렇지, 피아노를 잘 치는 아이도 있고, 춤을 잘 추는 아이도 있고,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도 있습니다. 영어를 아주 유창하게 말하는 아이도 있고, 일본어를, 중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잘 하면 좋을 것들을 많이 잘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는 곳입니다. 무언가 가르쳐주거나 얘기하면 '잘 해주기'를 바라는 선생님 입장에서는 너무나 좋은 곳이죠. 물론 그만큼 경쟁이 있으니, 잘 해서 칭찬받는 만큼 잘 하지 못해서 의기소침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영어 토론 대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에는 들어보지도 못한 Parliamentary debate 규정에 따른 영어토론대회. 아이들은 며칠 밤을 지새우며 자료를 정리하고, 주제에 대한 상대팀의 주장과 그 주장에 대한 반박꺼리, 반박에 대한 재반박까지 준비해서 영어스크립트를 쓰고, 그걸 외워옵니다. 외워서만 되는 게 아니라, 토론자리에서 상대방을 논파할 수 있는 민첩성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 아이들의 토론을 보면서 심사하자니 참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의 토론을 보는 건 골을 주고 받는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보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발을 놀리며 춤추는 댄서들의 공연을 보는 것처럼 긴장되면서도 짜릿합니다. 그렇게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이 밤이 즐겁습니다. 

잘 못하는 게 많은 아이들을 보게 되면.

잘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잘 못하는 아이들'이 많은 학교로 가면 어떨까, 아니, 그때는 어땠었나 생각하게 됩니다. 쳐다보며 즐거워할 일은 조금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 생각하고 열심히 두 손으로 두 발로 도와줘야 할 아이들이 더 많겠구나 생각합니다. 그랬으니까요. 하루 종일 마음이 심란하고 교실에 들어가는 게 싫어질 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또 교실에 들어가고, 이쁜 놈드을 하나둘씩 고르고, 이쁜 놈들이 더 늘어나길 바랄 겁니다. '학교에서는 못하는 게 많은 아이들' 이라도 스트레스는 무지하게 받았을 테니까 더 도와줘야 할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는 그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줘야, 그 아이들 인생에 도움이 될까 고민을 좀 하겠죠. 

내 아들에게는 무얼 보여줘야 할까?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나는 우리 아들에게 무얼 보여줘야 할까 고민이 되기 시작합니다. 하기 싫다고 해도 학원에 떠밀어 보내고 싶지는 않은 데, 아직은 대책도 별로 없습니다. 네, 아직 4살이니까. 조금은 유예기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뭐든 잘 하지는 않'더라도, 아이가 잘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좋겠고, 그걸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죠. 아이에게 시키지만 않고 같이 할 수 있을 무언가를 찾고 싶을 겁니다. 해달라는 것은 다 해주고 싶을 것이고, 그러면서도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은 게 있으면 막으려고 최선을 다하겠죠. 그리고 마음 한켠으로는, 뭐든 잘 했으면 좋겠다며 슈퍼맨 아들을 꿈꿀지도 모릅니다. 얼른 '뭐든 잘하는 게' 중요한 것도, 인생의 목표가 되어서도 안된다는 생각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나에게 부족한 것을 아들에게 원하지 않아야 겠습니다. 아들이 좋아서 미치도록 하고 싶어 하는 게 있다면 좋겠습니다. 뭘 보여줄 지 미리 정해두지 못하겠지만, 아들이 보러 가자면 언제든 따라 나서줄 수 있는 체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을 보는 게 즐거우니, 얼마간은 더 학교에서 근무하게 되겠지요. 
아들 보는 건 늘 즐거우니, 평생 아빠이고 싶어 하겠지요. 



TistoryM에서 작성됨

'일상사 > 외면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각을 꺼내어 볕좋은 데 내놓기  (0) 2014.07.03
24시간 중 1시간  (0) 2014.05.30
네가 먹은 밥으로 뭘 하느냐?  (0) 2013.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