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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실컷 표현하지 않아 짝사랑이 된 사랑














완전히 시험문제를 마무리 하지는 못했지만, 오늘 시험문제 출제는 다 마쳤네요. 
학교를 옮기고 달라진 점은, 아이들이 질문을 하러 많이 온다는 것입니다. 물론 중학교에 있었던 터라, 아이들이 남아서 더 공부하지도 않고, 저는 너무 바빴던 탓에 아이들의 질문에 천천히 여유있게 설명해줄 시간이 부족했던 이유도 있지만, 그래도 요즘처럼 질문을 많이 받으면 참 즐겁습니다.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죠. 

지난 연수에서, 학생들을 수업 시간동안 즐겁게 만들려면, 먼저 교사부터 월요일이 오는 게 즐거워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 또 새로운 월요일이구나. 아이들 만나서, 이렇게, 저렇게 해야 겠다.' 교사부터 이런 설레임이 있어야, 학생들도 이런 감정을 전해 받는다고 말이죠. 요즘에는 일부러라도 스스로 더 행복해지려고 노력을 하기도 하지만, 월요일이 오는 게 즐겁습니다. 

아무튼, 시험 문제를 내면서, 얼마나 쉽게 내야 할까? 고민하기도 하고, 수업시간에 했던 내용들을 어떻게 잘 담아낼까 생각합니다. 요놈들 좀 고민하게 만들어야지 생각하기도 하구요. 또, 아이들이 내 수업을 들었어야 맞출만한 문제도 집어넣으려고 애씁니다. 그리고 매번 느끼는 점은, 좋은 문제를 잘 내는 것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다는 것이죠. 시험문제를 내놓고, 혼자서 한번 시험문제를 읽어보고, 동료 선생님과 두번째 읽어보고, 평가부 선생님에게 시험문제를 드리고는, 혼자서 또 문제를 봅니다. 

아이들은 질문을 하러 옵니다. 
"I'm available for you." 
아이들의 질문을 통해서, 저도 다시 배우고, 다시 기억을 떠올립니다. 재미있는 점은, 아이들의 질문들을 들으면, 가끔 생각지도 못한 재미있는 문제출제 방식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너무 낯선 문제를 내면, 평가 결과 자체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왠만한 확신없이는 너무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내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2학기 들어서, 두번째 시험문제 출제가 아무튼 끝났네요. 

이 아이들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될테고, 저는 또 다른 학년을 맡아서 가르치게 되겠지요. 이제 공부도 실컷하고, 다음 학기 수업준비도 실컷해야 하는 방학입니다. 무려 내년에 방학이 시작되긴 하지만, 그래도 뜻깊은 방학을 보내기 위해서, 지금부터 머릿 속에는 해야할 일로 가득찼습니다. 

아이들을 생각하니, 요즘에는 아이들에게 기분좋은 말도 자주 하려고 합니다. 억지로 해대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는 표현하지 못하던 것들을 용기를 내어 표현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선생님은, 여기서 이렇게 수업하고 있으니 너무 행복하다.'
'고맙다.'
'생각해줘서 고마워.', '물어봐 줘서 고마워.'

학생들도 선생님을 좋아해주고, 자신의 추억 속에 기꺼이 저를 껴주기도 하겠지만, 
학교 생활을 해보면, 학생에 대한 선생님의 마음은 짝사랑에 가까운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다 표현하지 못하는 사랑이라 그렇겠죠. 

학생들을 사랑하기도 해야 하지만, 
학생들을 위해서 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이 힘들어 하더라도, 
더 몰아부치기도 하지요. 
그래서 너무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 갈라놓아 헤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맘껏 사랑을 표현하지 못해, 미안함이 남는 짝사랑.
제가 좀 더 나은 선생님이 된다면, 
표현하는 법도 늘고, 
사랑도 더 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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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일주일만 메일 포스팅 하자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정말 매일매일이란 건 쉽지 않네요. 
매일매일 사진을 찍어, 올리자 하면서 트윗터에 시작했던
#whatiwear 프로젝트도 요즘 열심히 하지 않고 있네요. >.< 
다시 다시 화이팅~


오늘 학교에서 들었던 BoyzIImen의 캐롤 한번 들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