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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나의 크리스마스 살펴보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무얼 해야 할까? 

[그림1]


올 해의 겨울 방학은 내년에 시작합니다. 
학교 사정상 재량휴업이 많았던 터라, 수업일수를 채우려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방학이 내년이라니. 

아이들은 크리스마스를 정말 맘 편히 쉬면서 보내지 못하게 되었고, 
저도 또한 그렇네요. 

그리고는 나는 크리마스에 어떤 추억들이 있나 떠올려 봅니다. 

  • 초등학교 시절의 크리스마스 카드 만들기 : 저는 수업 시간에 크리스마스 카드 만드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도 좋았지만, 별 예술적 재능없는 초등학생이 만드는 카드가 그리 멋지진 않았겠죠. 그래도 그걸 친구에게 주고, 친구에게 바라는 점, 고마운 점을 짧게 쓸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우리는 이미 그때 알게 되죠. 내가 준 것을 받고, 기뻐하는 사람의 모습에서 우리가 또 얼마나 더 큰 기쁨을 느끼게 되는 지 말이죠. 수업 시간으로는 모자라니, 집에서 누나와 동생과 둘러 앉아서, 친구들을 위한 카드를 엄청 만들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들에게 다른 그림들을 그려 주려고, 누나가 산 여러가지 캐릭터가 그려진 책을 보며, 열심히 그림을 베꼈던 기억이 납니다. ^-^ 요즘 받는 우편물 중 챙겨놓아야 할 것들은 대부분 '청첩장'뿐이라 그때가 더 그리워지네요. 
  • 친구들의 집에서 밤샘 : 아들로 자라면서, 크게 덕본 것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외박'이 쉬웠던 점은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나쁜 짓이라고 모르던(?) 애였던 터라, 친구들끼리 모여서, 농구도 하고, 축구도 하고, 라면도 끓여먹고, 그게 그냥 그렇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 친구 아버님이 하시는 노래방에 가서 또 열심히 놀고 말이죠. 그런 친구들 지금은 자주 볼 수 없지만, 그 친구들과의 추억은 향기나는 그림처럼, 머릿 속에 떠올리기만 해도, 제 마음에 은은한 즐거움을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 걷고 또 걷던 밤 : 이런 추억이 정확히 크리스마스 때였는지 확실하지 않네요. 그래도 옷깃을 여미고, 부들부들 떨면서 걷기 시작해서 한바탕 웃으며 집으로 들어왔던 기억이 있으니 분명 겨울이었겠지요. 이제 많이 자라 대학생이 된 친구들과 술도 한잔 하고, 노래방에도 갔다가 너무 가깝지도,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길을 걸으며, 하늘도 올려다 보고, 미래를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 어설픈 데이트 : 지금의 아내와 데이트를 생각하면, 여러번의 크리스마스를 보냈지만, 내가 참 즐겁게 해주었던 가 생각을 해보니, 또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아내에게 물어봐야 겠습니다. 그리고 둘이 앉아서 우리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지냈었는지 한번 생각도 해보고, 기록도 해봐야 겠네요. 작년에는 아내에게 직접 만든 팝업카드를 선물했습니다. 학교에서 틈만 나면, 머릿 속으로 카드를 만들고, 실패하고 하면서 꽤나 이쁜 카드를 만들어 선물했는 데, 지금도 그 카드는 참 잘 만들었구나 생각이 드네요. 올해에도 무언가 준비를 해줘야 하는 데, 아내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요즘 바쁘니까'하고 핑계만 대고 그냥 넘어가진 않아야 겠습니다. 

겨울을 떠올리면, 자주 마시지도 않는 코코아를 손에 쥔 기분을 생각합니다. 늘 자가용을 타고 다니니, 차가운 바깥 날씨에 덜덜 떨며 길을 걸을 일도 별로 없지만, 추위에 떨다가 안경에 김이 잔뜩 서리게 만드는 그런 찻집(대형 커피체인점이 아닌)에 들어가, 아내와 코코아를 함께 마시는 생각을 합니다. 행복은 그런 느낌이고, 그런 그림이겠지요? 

좀 차고, 좀 매정하고, 좀 인정머리 없어 보이더라도, 우리가 돌아보기만 하면, 우리 앉을 자리며, 우리 손, 발, 언 얼굴 녹일 틈은 주는 게, 그게 인생이겠지요. 행복은 그런 순간에도 곁에 있겠지요. 

내일은 또 다른 한주가 시작됩니다. 모두 어둔 밤에 더욱 빛나는 별처럼, 단순하지만, 살가운 캐롤을 연주하며, 반짝이는 꼬마전구들처럼 힘차게 반짝반짝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지출처 : [그림1] : http://www.joe-ks.com/archives_dec2007/MountainDewChristmasTreeF.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