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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엄마의 생일, 엄마 생각하기

















오늘은 엄마의 생일이다. 
삼십년이 넘게 나의 아침밥을 챙겨준 사람. 
결혼한 이후에도 늘 내 아침과 저녁을 걱정하는 사람. 
나에겐 무슨 옷이 있는지 다 기억하는 사람, 이제는 내 아내도 그렇지만. 
내 파마 머리가 무조건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된장찌게를 제일 맛있게 끌여줄 수 있는 사람. 

결혼 전에 엄마는 
제가 저녁은 먹고 들어오는지, 
다음 날에는 무슨 일은 없는지를 늘 챙겨 물었고, 
매일 깨울 때까지 일어나지 못하는 나를 지치지도 않고 깨워주셨습니다. 

이런 수고를 어떻게 다 갚을까요? 

제가 어머니의 사랑을 다 알 수는 있을까요? 

늘 모든 것에 생각하고, 분석하고, 판단하고, 비판까지 하지만, 
어머님을 그런 잣대에 올려놓는 건, 참 바보짓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내 어머니가 나에게 그렇게 했을까. 


내 걱정에 어머니가 힘들다는 말을 어머니에게 한번도 직접 들어본 적 없네요. 

해군에 입대하던 날, 어머니는 이모와 함께 연병장까지 따라오셨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밥을 먹고, 아들은 밝게 웃으며 돌아섰습니다. 
제가 뒤돌아서 무리에 섞여 줄서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걸어갈 때, 
어머니가 눈물 훔치셨다는 말은 나중에 나중에야 들었습니다. 

졸업 첫해에 임용고사에서 낙방하고, 혼자서 공부를 계속할 때, 
제가 너무 슬퍼하거나, 기분이 안 좋아 우울할까봐 늘 누나와 통화하면서 
걱정했다는 말도 누나를 통해서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가끔 '고마워'라는 마음을 전할 때는, 
맛있는 밥을 잘먹고 한 '맛있어, 잘 먹었어'가 다였던 것 같습니다. 
고마움을 표현하는 데, 인색한 아들이지만, 
그래도 어머니는 아직도 나를 걱정하고, 염려하고 계시겠죠. 

요즘 어머니는 저에게 전화하지 않습니다. 
며느리가 살가우신지, 무뚝뚝한 아들과의 통화보다는 며느리와의 통화가 편하실 지도 모르겠네요. 
아버지가 얼마전 다치셨던 터라, 요즘에는 퇴근길에 아버지에게 전화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냥 안부를 묻는 정도이지만, 그래도 퇴근하면서 매일 전화하는 버릇을 하니,
예전보다 통화를 시작하는 게 마음이 편하더군요. 
어머니에게도 좀 전화를 해야 겠습니다. 
요즘들어 잠이 잘 안온다는 엄마의 얘기를 누나를 통해서 들었네요. 

오늘은 잘 잠드신 걸 보니, 
그래도 마음이 좀 괜찮네요. 

내가 부모님께 무엇을 해드릴까 생각하기 보다, 
그냥 부모님이 해주시던 것들을 떠올리며, 
그걸 한번 똑같이 해봐야 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맛있는 거 챙겨다 주고, 
좋은 거 보여주고, 
재미있는 얘기해주고, 
기뻤던 일 이야기해주고, 
걱정하고, 
자잘한 안부 묻고, 
전화도 자주 하구요. 

그렇게 하면 되겠지요? 
그렇게 하면 될겁니다. 

더 잘해야 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면 더 잘해드릴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은, 
일단 뭐라도 시작한 다음에 더 생각해보면 되겠지요. 
그렇겠지요. 


편안한 밤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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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의 사나이지만, 
그래도 오늘부터 일주일은 매일매일 글을 쓰려,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또 다른 바쁜 일주일이 되겠지만, 
너무 부담갖지 않고, 
일주일의 약속을 지킬 수 있기를..